대출 ‘중단’ 대신 ‘억제’ 은행들, 우대금리 없애고 상환 독촉
입력 2011-08-21 18:52
신규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악수(惡手)를 뒀던 은행권이 가계대출 줄이기 ‘2라운드’에 돌입했다. 가계대출을 해주는 대신 기존 대출 상환을 독려하고 우대금리 등을 없애는 방식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투기 목적의 대출자가 가장 먼저 상환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2 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이미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은행보다 3배가량 높다.
◇가계대출 줄이기 ‘2라운드’=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신규 대출을 재개하되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도록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들은 대출 중단 같은 극약처방 대신 기존 대출 상환 압박으로 증가율을 억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적어 일부 대출자들은 대출을 상환하기보다 연장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출 상환을 유도해 대출 총량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일단 실수요자가 아닌 주식·부동산 투자 등을 위해 대출받은 고객을 중심으로 상환 요청에 나설 예정이다. 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각종 우대금리나 특판 상품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점, 지역본부, 본점별로 주어지는 전결금리를 축소하고 특정 직군이나 VIP를 위한 특판 상품 경쟁을 자제키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타행의 대출 고객에게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해 대출을 갈아타도록 하는 대환대출이나 신규 입주 아파트 집단대출 등의 영업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느끼는 대출금리 부담은 다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2 금융권 가계대출 급증=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제한적 영업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이미 금융당국 권고치인 월 0.6%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2 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2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관리가 소홀해 자칫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 상승세는 은행권의 3배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제2 금융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71조35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5.9%)의 2.7배에 이르는 수치다. 최근 1년간 31.0%나 증가한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신용협동조합 25.1%, 상호저축은행 24.0%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으로 대출 희망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가계와 제2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