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김옥 이번에도 대동…장성택 등 경협라인 대거 동행

입력 2011-08-21 23:0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47)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도 김 위원장과 동행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김옥은 21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州) 부레이발전소를 둘러보고 방문록에 서명할 때, 바로 옆에 있는 모습으로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밝은 연두색 재킷 차림의 그녀는 김 위원장 곁에 바짝 서서 무언가 조언하는 듯했다.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도 김옥은 연두색 재킷을 입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김 위원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부쩍 늘어 실질적인 영부인이자 국정 운영에도 깊이 관여하는 ‘실세’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해 5월 김 위원장의 방중 당시 수행단 가운데 거의 유일한 여성으로 참가해 처음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퍼스트레이디로 여겨지게 된 것은 김 위원장과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 나란히 탄 모습이 포착되면서였다.

그러고 며칠이 지난 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환영 만찬장에서도 헤드테이블에 배석,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양제츠 외교부장 사이에 앉아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김옥은 1980년대 초부터 2004년 고영희(김 위원장 세 번째 부인)가 사망할 때까지 김 위원장의 ‘비서’로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를 만나본 적이 있는 우리 측 인사는 “김 위원장의 약 시간과 음식을 직접 챙기는 등 비서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후계자 김정은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 아버지와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이동경로가 현지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되고 있는데 김정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러시아에 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한 김 위원장의 수행단 면면을 보면 이번 방러 목적이 경제협력에 방점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양건 당 비서, 오수용 함북도 당 책임비서,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 등 경제 담당 측근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이자, 대외 경제교류에 노하우를 가진 장성택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도 사실상 총책임자 역할을 해 왔다.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식량난과 외화 부족을 해소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장성택의 외자유치 경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 부장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사업이 논의될 경우를 대비해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강석주 내각 부총리 등 핵 문제 관료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