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이대통령은 울란바토르·김정일은 울란우데… 남북, 근거리 자원외교

입력 2011-08-22 00:53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첫 방문지인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23일까지 몽골, 23~24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고, 24~25일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한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 부랴트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와 약 44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과 부산 거리다.

김 위원장은 23일 울란우데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며, 이 대통령은 울란바토르에 23일 오전까지 머문다. 자원외교에 초점을 맞춘 이 대통령과 에너지 지원 및 경제협력을 위해 러시아를 찾은 김 위원장의 방문 목적도 비슷하다.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는 똑같이 몽골족의 도시라는 점에서 미묘한 여운을 드리운다. 1946년 중국과 소련이 각각 내몽골과 부랴트 공화국을 나눠 갖기로 합의하면서 울란우데는 소련을 거쳐 러시아 영토가 됐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 울란우데는 ‘붉은 문’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는 횡단철도와 도로로 연결돼 있으며 역사·지리·문화적으로 매우 가까운 도시”라며 “비록 잠깐이나마 남북 정상이 비슷한 지역에 머문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역시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22일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몽골 체류기간에 이 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미·러 4개국 지도자가 비슷한 시공간에 머물며, 전통적 우방끼리 각각 회동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자 정상회담 등의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일이 일어나기나 했으면 좋겠다”며 부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몽골의 손님 접대 전통에 따라 은잔에 담긴 아롤(말린 우유)을 대접받았다.

울란바토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