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싣고 온 벤츠 타고 극동지역 최대 수력발전소 둘러봐

입력 2011-08-22 00:57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20일 낮 12시쯤(현지시간) 북·러 국경에 인접한 러시아 하산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진 2002년 8월 이후 9년 만이다.

인터넷과 위성통신망이 구비된 17량의 특별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서자 러시아와 북한 국가가 울려퍼졌지만 김 위원장은 객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하산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와 연해주 주지사 세르게이 다르킨은 객차 안에서 그를 영접했다.

인민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김 위원장은 사진 및 영상촬영을 금지하고 대신 9년 전 방러 당시의 영상을 틀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일정과 장소 노출을 막기 위한 것은 물론이고 늙고 초췌해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후 특별열차에는 러시아 측 수행원을 태운 객차 4량이 추가됐다.

방러 이틀째인 21일 새벽 4시쯤 열차는 러시아의 극동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북상, 하바롭스크주(州)의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해 30분 동안 머물다 떠났다.

이틀간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극동지역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 방문이었다. 북한의 발전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행보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오전 10시30분 아무르주 부레야역에 도착했다. 삼엄한 경비태세를 유지한 역사 내에서 약 5분간 영접 행사가 치러졌다.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을 걸으며 러시아 전통에 따라 붉은색과 금빛으로 치장한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건네는 빵과 소금을 받았다.

이어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가 싣고 온 자신의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에 탑승해 발전소로 향했다. 아무르주의 올레그 니콜라예비치 코제먀코 주지사가 동행한 가운데 발전소 앞에 차려진 천막에서 발전소 홍보 영상을 시청한 뒤, 발전소 내부를 관람했다.

이후 현지에서 점심식사를 했고, 발전소 방명록에 자신의 사인을 남기려다 푸틴 총리가 남긴 기록에 대한 번역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푸틴 총리와의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있었으나 두 사람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환송 행사에서는 학이 그려진 석재 그림을 선물 받았다. 그가 발전소에 머무는 동안 수행원들은 부레야역에서 특별열차를 청소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발전소를 시찰한 뒤 오후 4시쯤 약 3000㎞ 떨어진 북·러 정상회담 예정지인 울란우데를 향해 출발했다. 특별열차는 울란우데에 22일 밤늦게나 23일 새벽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정상은 23일 울란우데의 군부대 내에서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러 일정은 1주일 정도로 예상된다.

한편 AFP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인용, “김 위원장이 초여름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방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