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에 비상걸린 日… 한때 전후 최고치인 달러당 75엔대 기록

입력 2011-08-21 21:38

일본이 엔고(高), 정치 리더십 부재, 지진 및 원전 사고 복구라는 3중의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21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발등의 불’은 엔고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9일(현지시간)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75.95엔까지 치솟으며 기록적 강세를 보였다. 곧 76엔대로 복귀하긴 했지만 75엔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엔고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와 소니는 각각 150억엔, 20억엔 감소한다.

이에 일본 금융당국도 추가 대책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엔고 억제를 위해 이르면 다음주 초 긴급회의를 열고 추가 외환시장 개입 및 금융완화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완화책으로는 국채와 사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금 규모를 현재 50조엔에서 5조~10조엔 정도 증액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 개입의 실효성 여부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일에도 시장에 개입해 4조5000억엔(약 60조원)을 방출했지만, 엔화 강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국제통화연구소 사쿠마 고지 경제조사부장은 “달러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고 있어 엔화 가치는 달러당 7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 역시 기록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값은 지난주에만 6.3%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N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30.2달러 상승한 온스당 1852.2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음주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집권 민주당은 오는 29일 당 대표를 선출한다. 이번에 총리가 교체되면 5년 내 여섯 번째 취임하는 총리가 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을 통해 “잦은 총리 교체로 일본의 정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일본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