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건 오세훈] “투표 결과 안 나왔는데 사퇴 시점 말하기는…”
입력 2011-08-21 21:32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무릎을 꿇고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오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시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을 읽어 내려가다 “스스로 두려웠다. 복지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정치적 합의로 봉합하지 못한 부족한 리더십을 통감했다”는 부분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오 시장은 “연간 220억원이면 ’희망플러스통장’으로 저소득층 3만가구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지켜보고 실감해온 서울시장이…”라는 부분에서 뒤로 돌아서서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는 이후에도 7년 전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 자신을 두 번씩 뽑아준 시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언급할 때와 투표율을 올려 달라는 뜻을 전하는 부분에서 코를 훌쩍이는 등 손수건을 두 차례 꺼내들었다. 회견문 낭독이 끝난 뒤에는 단상에서 무릎을 꿇고 한동안 고개를 숙인 뒤 다시 눈물을 보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눈물의 기자회견’은 주민투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기대에 못 미치는 최근 상황에서 비롯된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모두가 예상하듯이 (투표율이) 33.3%를 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지난한 목표”라고 실토했다.
그는 기자단과의 일문일답에서 주민투표에서 패했을 경우 시장직을 내놓는 시기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투표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사퇴 시점을 말하는 것은 이르다”며 “오늘은 큰 틀에서 사퇴로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는 오후 1시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정치적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 배옥병 상임대표는 “오 시장은 우면산 산사태로 돌아가신 분들에게나 울며 큰절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