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건 오세훈] 승패 따라 한쪽은 낭떠러지…내년 총·대선까지 파장

입력 2011-08-21 11:21

24일로 예정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권은 한바탕 요동을 겪을 전망이다.

우선 투표율이 33.3%를 넘겨 투표함이 열릴 경우, 오 시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 시장은 유력한 차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게 되며, 비록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대형 변수가 나타날 경우 최고의 대안으로 꼽힐 수 있다.

또 여소야대 형국인 시의회와 지난 1년간 치러온 지루한 소모전을 끝내고 다시금 시정을 주도할 기틀도 마련하게 된다.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이기더라도 예산 배분 등과 관련해 시의회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일단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개표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는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 약속대로 오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사유가 9월 30일까지 확정되면 10월에,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10일 사이에 확정되면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보궐선거가 10월에 치러질지, 내년 4월에 치러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일단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지킨다면, 여권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한다면 오 시장의 서울시장직 사퇴는 내년 총선·대선의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선거 인책론에 부닥치면서 당은 내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사정도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장 자리를 가져오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예약하는 동시에 대선에선 ‘박근혜 대세론’까지 차단할 가능성이 크지만, 패할 경우 손학규 대표의 입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10월 선거가 치러지면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 간의 여성시장 ‘빅 매치’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전병헌 의원이 시장후보로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오 시장이 10월 이후에 사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을 향한 여론이 좋지 못한 현 상황에서 서울시장 자리까지 놓고 연내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을 한나라당이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한 의원은 21일 “오 시장이 중앙당에 협조를 요청할 때 비공식적으로 의원들에게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도록 사퇴 시기를 늦추겠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국정감사 등 서울시 현안을 마무리한 뒤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오 시장이 10월 이후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서울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권영규 행정1부시장 대행을 맡게 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