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유혈충돌, 이집트로 불똥… 이스라엘軍, 테러범 추격하다 이집트軍 5명 사살

입력 2011-08-22 01:01

이스라엘군의 연쇄 테러범 추격 작전 중 이집트 군인 5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이집트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이번 사태로 1979년 맺은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군 사망 소식에 성난 군중은 20일(현지시간) 카이로 소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1000명 이상이 모인 시위대는 “이집트여, 영원하라” 등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이 중 한 명은 대사관 벽을 타고 올라가 이스라엘 국기를 내리고 이집트 국기를 게양했다. 그가 내려오자 시민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찢으며 환호했다. 군 헌병대가 대사관 경비에 나섰으나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례적으로 이집트군 사망에 대해 국방장관 명의의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이집트 내각은 “(이스라엘 정부의) 사과 성명이 사건의 엄중함과 국민의 분노에 비해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 소환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사태가 양국 간 평화조약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넘어 시나이 반도에서 이집트군을 사살한 것은 평화조약 위반이라는 비난이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이집트에서는 반이스라엘 감정과 평화조약 반대 움직임이 고조돼 왔다.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은 무하마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전 이스라엘 총리가 맺은 것으로, 이스라엘이 아랍국과 체결한 최초의 평화조약이다. 이 조약의 성립으로 이집트는 당시 아랍국들로부터 ‘아랍을 배반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산하의 ‘이제딘 알카삼’은 21일에도 이스라엘 남부 도시 브에르 쉐바 등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날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 지역 공습을 재개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