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美 공화 후보들 “부시와 다르다”

입력 2011-08-21 18:16

‘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다르다.’

내년 대선에 나설 유력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메시지 중 하나다.

현재 초반 레이스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미셸 바크먼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의 3강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부터 꾸준히 여론조사 2위로 롬니를 바짝 뒤쫓고 있는 페리는 최근 “나는 나고, 조지 부시는 조지 부시”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지난 13일 출마 선언을 한 뒤 언론들이 자신과 부시 전 대통령을 비교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부시 텍사스 주지사 밑에서 부지사를 지냈고, 부시가 대통령이 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아 3선째 연임 중이다. 두 사람은 텍사스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보수적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한때 같은 교회에 다니기도 했다. 언론들은 독불장군 식으로 말을 하거나, 다소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것 등이 닮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에는 다분히 두 사람이 모두 ‘고집불통’ 성향이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페리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살아온 이력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최근에는 부시와 대화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오와주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당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바크먼. 그도 역시 보수적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티파티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부시보다 강성 보수주의자다. 그런데 부시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부시는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동성애 문제에 강력히 반대했었다. 보수층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반면 바크먼은 여러 인터뷰에서 동성애 결혼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현재 미국이 중요한 것은 경제 살리기지, 사회적 가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가고 있다. 부시의 후보 당선 때처럼 당내 보수층 결집으로만 경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내에서도 강성 보수성향으로 분류돼 있는 페리나 바크먼이 부시 이미지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는 ‘인기 없는 부시’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부시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이다. 인기 없는 전임자 ‘때리기’가 공화당 후보들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