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돌아온 지존들… “달구벌은 명예회복의 땅”

입력 2011-08-21 18:16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그동안 자존심이 구겨진 육상 스타들의 명예회복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지켜보는 묘미 중 하나다.

‘미녀새’ 이신바예바(29·러시아)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신바예바도 아픔을 가지고 있다. 27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5m를 넘겼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9차례나 우승하며 독주하던 이신바예바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짐을 쌌다. 당시 이신바예바는 대회 3연패는 고사하고 이례적으로 3번 연속 바를 넘는 데 실패하며 메달조차 따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올 초 과거에 호흡을 맞췄던 코치를 불러들이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등 대구에서 땅에 떨어진 명예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남자 110m 허들에 출전하는 ‘황색 탄환’ 류샹(28·중국)도 지존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우승하면서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단거리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류샹은 2006년에는 12초88의 세계기록을 수립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남자 허들 역사상 세계기록 수립,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류샹밖에 없다. 그러나 류샹에게 자국에서 개최된 2008 베이징올림픽은 악몽이었다. 류샹은 예선 레이스 시작 직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아파 기권해 13억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베이징 올림픽 ‘최악의 패배자’로 류샹을 꼽기도 했다. 심기일전한 류샹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초09를 찍고 우승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주법을 앞세워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약물 탄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저스틴 게이틀린(28·미국)은 기나긴 징계 기간을 뒤로하고 6년 만에 세계대회에 출전, ‘속죄의 레이스’를 펼친다.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남자 100m와 200m 금메달을 목에 걸어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게이틀린은 이듬해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을 보여 4년간 자격을 정지당했다.

‘여자 헤라클레스’ 베티 하이들러(28·독일)도 잃었던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2007 오사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현역 여자 해머던지기의 지존으로 불렸던 하이들러는 2009 베를린 대회에서 아니타 볼다르칙(26·폴란드)에게 일격을 당하며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