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처럼 재밌고 친숙한 무대로… 마술쇼 대중화 막 올립니다
입력 2011-08-21 17:33
‘이스케이프(Escape·탈출)’, 국내 최초 마술사 그룹이다. “기존의 마술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성공한다면 열악한 환경을 탈피하고 마술 쇼의 본격적인 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마술사 이은결이 프로듀서로 나서고, 케이블 채널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최종 10위 안에 들며 주목받고 있는 ‘이스케이프’를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의 프로듀서이자 스승 격인 이은결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창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분 있는 마술사끼리 윷놀이를 하다가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게 됐고, 이것이 프로젝트 그룹으로까지 이어졌다. 마술사 이은결이 그룹의 탄생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마술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오른손 일부가 망가진 ‘한 손 마술사’ 조성진(26)을 비롯해 16세 때 마술사가 된 이훈(20), 대학 시절 리포터로 이은결을 인터뷰했다가 마술사의 길로 들어선 노병욱(29·여), 세계대회를 휩쓴 한설희(23) 등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땐 비싸고 특별한 날 보는 공연이었는데 지금은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마술에 대해서도 그런 편안함을 느낄 때 대중화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마술이나 마술사가 저기 먼별에 있고, 안드로메다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이 있죠.”(노병욱)
홍일점 노병욱의 말대로 이들의 기치는 ‘마술의 대중화’다. 이들은 거침없이 포부를 드러냈다.
“마술쇼는 누가 하는 걸 보러가든 비슷한 형식과 비슷한 도구로 이뤄지잖아요. 한 번 보러 간 뒤에는 잘 보러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구요. 대중들에게 ‘마술쇼도 이럴 수 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은결도 “매년 마술학과에서 마술사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사실 그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본인은 전 국민에게 인지도가 있는 스타지만 열악한 환경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이 친구들(이스케이프)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한 친구들인데, 실제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건 이벤트 무대 정도죠. 저 같은 경우 극장용 마술을 많이 만들거든요. 조명, 음향 등의 시스템을 고려한 상태에서 콘서트를 하는데 이 친구들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는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술사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갓 탤런트’ 출연도 이스케이프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당면 과제는 다음 달 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동 CGV팝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기존의 마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마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잡았다. 이를테면 비법 공개다. 마술사들이 마술을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연습하는 과정을 큰 줄거리로 하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드러낸다는 것이다. “마술의 트릭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가장 큰 힘이 ‘완벽주의자’ 이은결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은결씨는)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예요. 저희는 악기 연주자 역할을 맡았고요. 하모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한설희) 연출을 맡은 이은결에게도 프로듀싱은 중대한 도전이다. “이스케이프에게 ‘너희는 솔직해야 하고, 담백해야 하고, 위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세 가지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과장하고 포장하고 거짓을 보여주지 않아도요.”
이들은 ‘이스케이프’ 활동을 위해 개인적인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있다며 “마술과 대중이 괴리된 게 마술사의 잘못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