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82) 예일대 소장 조선 지도첩

입력 2011-08-21 17:34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예일대는 1701년 식민지였던 미국에 유럽식 교양교육 도입을 이념으로 설립됐답니다. 이 대학의 바이네케 도서관은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19세기 초 해외 도서들을 다량 수집했지요. 한국 도서는 1934년 도쿄제국대학의 역사학자인 구로이타 가츠미가 44종의 희귀본을 예일일본협의회 이름으로 기증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학술팀이 실시한 고고학 발굴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구로이타가 이 자료들을 어디서 어떤 경로를 거쳐 입수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조선시대의 왕실간행물, 천자문과 한글소설 등 일반대중서, 한반도 지도, 화첩, 종교서 등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자료의 가치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왕실 관련 도서 중 태조 이래 영조까지 조선 21대 임금의 치적을 기술한 갱장록(羹墻綠)은 1786년(정조 10년) 문신 이복원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것으로 8권4책의 필사본이랍니다. 1887년(고종 24년) 조대비의 80세 생일 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4책4권)는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귀환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외규장각 의궤와 비슷합니다.

예일대 소장 한국 도서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모두 9첩으로 이뤄진 필사본 지도첩(地圖帖)입니다. 이는 조선 후기 지도 제작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농포자 정상기(1678∼1752)의 ‘동국지도’와 유사한 지도첩으로 전국 지도 1첩(사진)과 경기·충청, 전라, 경상, 강원, 함경남, 함경북, 평안, 황해 등 8개 도별 지도 8첩으로 구성됐답니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함께 그리고 면적이 넓은 함경도를 남도와 북도로 나누었으며, 정상기 지도의 가장 큰 특징인 100리를 기준으로 삼은 백리척(百里尺) 축적이 도별 지도마다 표시돼 있습니다. 육로와 수로가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지도의 제작 시기는 일부 지명이 1767년 개칭되기 전의 이름으로 쓰여 있어 그 이전으로 추정됩니다.

전국 지도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것은 울릉도와 독도를 분명하게 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울릉도는 울릉(杳陵)으로, 독도는 우산(于山)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산국은 울릉도에 있었던 고대 해상 왕국으로 512년(지증왕 13년) 신라에 복속됐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기도 하지요. 이 지도는 독도가 엄연히 조선 땅의 일부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예일대 바이네케 도서관 소장 한국 전적문화재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1998년부터 추진 중인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사업 성과를 정리한 22번째 결과물로 우리 전적문화재 44종에 대한 사진과 해설이 수록됐답니다. 조선시대의 멋과 얼이 담긴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광형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