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과 남원 산골마을에 ‘클래식 잔치’가 열렸다

입력 2011-08-21 19:26


20일 서울에서 온 전세버스가 경상남도 하동 시목마을에 들어섰다. 좁고 협착한 길 때문에 버스는 목적지인 푸른빛지역아동센터까지 가지 못했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니 ㄱ자로 마주 선 푸른색의 폐교와 하얀색의 푸른빛지역아동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지역아동센터를 맡고 있는 청암제일교회 손용우(52) 목사는 손을 흔들며 서울서 온 귀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 손님들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팀인 ‘아마빌레 챔버 오케스트라(단장 이강렬)’ 단원들. 교사, 언론인, 기업인, 약사 그리고 객원멤버인 중·고등학생, 대학 음악전공자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들은 하루 동안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북도 남원에서의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 서울 서초동에서 출발했다. 목적은 단 하나. 오케스트라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이웃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어서다. 또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먼 길 오셨는데 먼저 식사부터 하셔야죠.” 손님 접대하랴, 지역주민들에게 공연 안내하랴 분주한 손 목사는 영락없는 동네 이장의 모습이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식사 중인 이들로 가득 찬 아동센터는 흡사 동네 축제날을 연상케 했다.

오후 1시 정각, 초등학교 교실에서 공연은 시작됐다. 파헬벨의 캐논과 슈베르트의 송어, 비발디의 A 단조 협주곡이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 초반엔 “잘 모르겠다” “잘하는 것 같긴 한데…”라고 소곤거리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감고 감상에 푹 빠졌다.

공연 내내 행복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던 동네 토박이 이찬경(46)씨와 주부 서미자(32·여)씨는 “이렇게 많이 온 오케스트라는 처음이에요. 볼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워했다.

오후 5시, 전북 남원 갈계교회에서 2차 공연이 시작되려 했다. 농번기라 사람들이 적게 왔다며 한 어르신이 강기원 담임목사에게 수원댁을 불러오겠다고 속삭였다. 이 때문에 공연이 15분이 지연됐지만 객석은 지역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강렬 단장은 오케스트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다고 판단, 악기를 하나씩 설명하며 소리를 들려줬다. 첼로가 묵직한 소리로 타이스의 명상곡을 연주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그리운 금강산, 사운드 오브 뮤직의 테마곡이 연주됐다. 아이들조차 미동 없이 음악을 감상했다. 인풍성은교회 이형선(50) 목사는 “주변에 조손가정들 많은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분돌(72·여) 권사는 “난 잘 모르는데, 음악에 마음을 다 뺏겨버렸어. 뭔지는 몰라도”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남원·하동=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