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민이 주인 되는 주민투표

입력 2011-08-21 17:52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을 3일 앞둔 21일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율이 33.3%에 이르지 못하거나 개표 결과 전면 무상급식안에 찬성이 많을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결단은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못하거나, 혹은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식물 시장’으로 시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던진 건곤일척의 승부수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연계한 것은 부적절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복지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정책투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민투표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선 서울시의 산적한 현안이 있을 뿐 아니라 재선거를 하게 될 경우 향후 정국의 혼란과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향후 주민투표가 또 있게되는 상황에서 시장마다 시장직을 걸게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놓고 한나라당과 야권이 ‘단계적’이냐 ‘전면적’이냐는 본질은 놔둔 채 ‘투표 참가’ ‘투표 불참’ 운동을 전개하며 갈등을 빚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대표적 방식인 주민투표에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쁜 투표’와 ‘좋은 투표’가 있을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든 주민들이 주민투표에 참여해 찬반의 의견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옳다. 그게 성숙한 민주주의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돼 개표조차 못했다 하더라도 66.7%가 ‘전면적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반대로 33.3%가 넘되 50%미만의 투표율이라면 투표에 주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없다. 소모적 복지논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적어도 서울시민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한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지 못한 채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학생들의 급식문제로 이렇게 소모적 논쟁을 벌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복지 포퓰리즘 논쟁과 진보·보수 간의 복지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투표참여가 요구된다. 시민이 주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