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대통합, 뜻은 좋지만 옥석가려야
입력 2011-08-21 17:51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권에 대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20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희망시국대회 연설을 통해서다. 그는 대통합을 위해 팔을 내놓으라고 하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고 하면 눈을 내놓겠다고 선언하며 민주당이 헌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정권탈환 의지가 느껴진다.
그가 야권 대통합을 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실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협상이 참여당 참여문제로 사실상 결렬됐다. 이런 마당에 손 대표가 통합을 제안했다고 야권 대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진보세력의 핵심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을 통해 정치 공간 확대를 노리지 통합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 손 대표의 구상이 쉽사리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손 대표의 야권 대통합 선언은 최근 그를 둘러싼 당 안팎의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급부상에 따른 지지도 하락, 정체성 논란을 포함한 지도력 결여 논란, 야권 통합 성과 부진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야권 대통합의 당위성 문제다. 정당이 정권을 잡기위해 다른 당과 정책연대나 통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적 색채를 띤 정당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민주당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는 민주노동당과 한 길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정권을 잡기 위해 당의 정강정책도 묻지 않고 이념도 묻지 않고 이른바 ‘묻지마’ 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도 배치된다. 또 선거에 이길 수만 있다면 공약이고 뭐고 팽개치고 연대를 통해 이기려는 ‘승리지상주의’는 정의의 관점에도 어긋난다. 정권 획득이 정당의 존재 이유라고는 하지만 통합과 연대에도 원칙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손 대표의 야권 대통합 시도가 원칙과 순리에 따라 이뤄져 자신의 정치적 성공은 물론 이 나라 정치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