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비브리오 균의 정체

입력 2011-08-21 17:40


해마다 수온이 높은 7월부터 9월까지 번성하는 비브리오 균 감염을 경계해야 할 때다. 최근 생선회를 먹은 뒤 ‘비브리오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인 70대 남성이 전남 목포시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이른바 ‘병원성 비브리오 식중독’으로 생명을 잃은 것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란 비브리오 균 중 하나인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 상태를 말한다.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발열 증상, 또는 36도 이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과 함께 호흡수가 분당 24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인지능력)의 상실이나 정신 착란 등의 신경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혈압의 저하 및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의 저하로 인해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바닷물과 갯벌에 주로 서식하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은 무더운 여름철에 급격히 번성하면서 주로 어패류와 생선의 아가미, 껍질 등에 붙어 있다가 이들과 접촉한 사람에게 전파된다.

각종 만성 질병으로 면역이 저하된 환자들은 물론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에도 이 균에 감염된 생선과 어패류를 덜 익히거나 날로 먹게 되면 감염 위험이 높다. 또 팔다리 등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바다 속 해산물에 묻어있는 이 균과 접촉하면 상처를 통해 감염돼 패혈증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즉 ‘병원성 비브리오 식중독’의 치명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참고로 비브리오 균에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외에도 비브리오 콜레라와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가 있다. 모두 여름철에 쉽게 전파되는 세균으로, 서로 친척뻘쯤 되는 관계다.

비브리오 콜레라는 말 그대로 콜레라를 일으키는 세균이다. 콜레라는 감염되면 쌀뜨물 같은 설사가 쉴 새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 시 제때 수액 보충을 적절히 못할 경우 탈수로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요즘에는 수액 보충을 혈관 주사를 통해 적절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런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없는 후진국에서는 아직도 콜레라 사망자가 많다.

따라서 이들 국가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콜레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제1군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될 만큼 높은 전염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와 마찬가지로 바닷물에 주로 살기 때문에 해산물을 날로, 또는 덜 익힌 상태로 섭취했을 때 인체에 침투해 장염을 일으키는 균이다.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