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석조전 첫 설계도면 발견” 고종의 처소 겸 집무실 갖춘 서양식 황궁 추정

입력 2011-08-19 19:11


덕수궁 석조전(등록문화재 80호·사진)의 최초 설계도면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축학자 김은주(44)씨는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 제출한 ‘석조전 앙상블’이라는 제목의 건축공학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영국 건축가 존 레지날드 하딩이 1898년 완성한 석조전의 입면 설계도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 설계도에는 하딩의 서명과 ‘1898년 2월’이라는 도면 완성 시기가 적혀 있고 ‘제국 궁전, 서울(Imperial Palace, Seoul)’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도면을 근거로 설계 당시 석조전이 고종의 처소 겸 집무실이 갖춰진 서양식 황궁(皇宮)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석조전은 1909년 완공돼 1919년까지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했지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내부가 크게 훼손돼 문화재청이 2012년을 목표로 원형 복원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최초 도면이 발견됐다면 복원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박사학위 논문에 포함된 내용인 만큼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김씨가 도면의 출처를 대만과 일본으로 밝히는 등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면서 “설계도에 1920년대 일본어 글씨가 있는 것으로 보아 원본이 아니라 20년대 이후 수정된 관리도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