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야구 팬심’… SK·LG·넥센 열성팬들 시위
입력 2011-08-19 14:12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소경기 500만 관중 돌파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팬심 역시 여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무서워졌다. 팬심이란 팬(fan)과 마음(心)이 합쳐진 신조어로 최근 스포츠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 문학구장과 서울 잠실구장은 이런 팬심을 잘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날 김성근 감독이 경질된 것에 분노한 SK 팬들은 경기 시작 때부터 오물을 투척하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SK가 삼성에 무기력하게 패한 뒤엔 아예 수백여 명이 내야 마운드로 몰려들어 유니폼을 불태웠다. 또 일부 팬들은 야구공 등 물품을 약탈하기도 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런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19일 일본으로 떠나 당분간 휴식을 갖기로 했다.
잠실구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LG가 두산에 패하자 성난 팬 수백여 명은 청문회를 요구하며 중앙 출입구를 점거했다. LG 선수단은 경기 직후 대구 원정을 떠나야 했지만 출입구가 모두 봉쇄되는 바람에 나가지 못했고, 박종훈 감독과 김기태 수석코치, 주장 박용택이 오물을 던지는 팬들 앞에 나서 사과를 한 뒤에야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LG의 경우 지난 14일에도 팬들이 청문회를 요구했으나 당시엔 선수단이 다른 문으로 몰래 빠져나갔었다.
야구팬들의 단체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시즌 들어 지난 4월 한화 팬들이 모그룹의 투자 부족을 비판하며 시위를 계획하자 한화그룹은 프로야구 역사상 사장과 구단을 동시에 교체하는 칼을 빼들었다. 또 넥센 팬들은 지난 8월 트레이드에 대해 비판하는 광고를 언론에 싣는 등 시위를 벌였고, 롯데 팬들도 지난 7월 코칭스태프의 잘못을 지적하며 무관중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팬들의 단체행동이 부쩍 증가한데는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역할이 크다. 1986년 대구구장 버스 방화사건 등 예전 단체행동은 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최근 단체행동은 트위터 등을 통해 민첩하고 체계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특징이다. 참가 인원도 훨씬 많아졌다.
이런 팬심에 대해 구단들 역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팬 증가가 구단의 운영에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팬들이 만드는 여론이 모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모기업의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뜨거운 팬심은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존재가 됐다.
한편 이날 목동에서는 넥센이 9회말 장기영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5대 4로 역전승했다. 잠실에서는 한화가 두산을 5대 3으로 제압했다. 롯데-SK(사직), 삼성-LG(대구)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