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멘토, 위기의 청춘을 껴안다…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밀리언셀러 등극
입력 2011-08-19 22:37
‘난도쌤’ 김난도(48)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가 다음 주 중 100만부 판매 고지를 넘어서게 된다. 서점 매대에 깔린 출고 부수로는 19일 이미 103만부가 됐다. 2006년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국내 저자의 비소설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것이다. 난도쌤은 청년백수의 시대에 불안한 청춘이 발굴해낸 따뜻한 멘토였다.
‘위로의 말’ 100만 고지를 넘다
출간 한 달 만인 지난 1월 말 종합베스트 1위로 치고 올라온 ‘아프니까~’는 이후 22주간이나 1위를 차지했다(온라인서점 예스24). 1위에서 밀려난 건 다 합쳐 고작 7주. 신정아의 ‘4001’(3월 4주차)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4월 2~4주차), ‘문재인의 운명’(6월 3~5주차)에 잠깐씩 밀렸지만 이내 1위 자리로 되돌아왔다.
권정희 쌤앤파커스 팀장은 “6월쯤에는 (판매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도 초창기와 비슷하게 1주일에 2만5000~3만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지속력에 출판사도 놀랐다”고 말했다.
지지부대는 ‘청춘’으로 지칭된 20대 소비자들이었다. 지난 1월 연령대별 독자 구성을 보면 20~30대 비중이 62.5%로 압도적으로 높다(교보문고). 이후 부모 세대가 가세하긴 했지만 독자의 절반은 여전히 20~30대다. 해외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중국에 선인세 3만 달러에 팔린 데 이어 일본, 대만, 이탈리아, 네덜란드, 브라질 등 7개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아프니까~’의 성공은 오랜만에 나온 국내 저자의 홈런이라는 의미도 크다. 지난 5년간 100만 고지를 넘은 책은 론다 번의 ‘시크릿’(240만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100만부), ‘엄마를 부탁해’(180만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등 5~6종. 이 중 국내 소설인 ‘엄마를 부탁해’를 제외한 나머지는 번역서다. 2000~2006년 밀리언셀러 60종 중 33종이 국내서인 것과 비교하면 번역서 비중은 현격히 높아졌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논리에서 공감으로
난도쌤의 성공비결로는 ‘따뜻한 멘토’의 힘을 꼽는 이들이 많다. 책이 주는 위로와 격려가 호응을 얻으면서 논리로 설득하는 ‘리더형 멘토’에서 공감하고 교감하는 ‘친구형 멘토’로 멘토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가르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고 20대의 편에서 그들의 심정을 정리하고 공감해준 게 이 책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난도쌤은 기성세대가 “배우라”고 제시한 멘토가 아니라 20대 멘티가 찾아내고 인정한 멘토라는 점도 특징이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김 교수는 사회적 지위나 부, 성공과 무관하게 20대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멘토”라며 “훈계도, 비하도 없이 청춘의 정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진정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요즘 뜨는 베스트셀러 저자 목록을 보면 ‘친구형 멘토’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이외수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부자경제학’(2종 110만부)의 저자 박경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등 2종 67만부),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19만부)의 개그맨 김제동 등이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 한 소장은 이런 현상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공감의 멘토들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요약했다.
밀리언셀러 등극 소식에 김난도 교수는 19일 “좋은 멘토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에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지혜를 보태면 된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나 같은) 멀리 있는 멘토 대신 우리 부모님, 선생님 멘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