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저성장 공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발표에 ‘시장 쇼크’

입력 2011-08-20 00:20

미국과 유럽의 재정 금융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하의 물가상승) 공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도가 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뜻하는 ‘슬럼프플레이션’ 가능성도 예고했다. 가계부채에 따른 내수부진, 고물가 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과 유럽이 침체에 접근”=18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직접적 이유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가 좋지 않게 나왔고, 유럽은행의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유럽의 한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5억 달러를 빌렸다는 소식이 걱정을 키웠다.



여기에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18일 “미국과 유럽이 침체에 위험스럽게 접근했다”고 발표한 게 결정타였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9%로, 내년 전망치를 4.5%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950년 이후 최저 수준인 2% 아래로 내려가자 일본 식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채 수익률이 1% 밑으로 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음을 나타냈다. 7월 CPI는 시장 예상(0.2% 상승)의 배를 넘는 0.5% 상승을 기록했다. 6월엔 CPI가 0.2% 하락했었다. 실물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름에 따라 미국이 전처럼 돈을 푸는 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물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여준다. 정책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포를 잠재울 수 있는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유럽 국가의 파산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에도 암운=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부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궤도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실제 주요 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초 4.4%로 예상했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0.3~0.4% 포인트가량 떨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4% 안팎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4.3%보다 0.2~0.3%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유럽의 문제가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됐다”며 “우리 경제 성장률은 결국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에 달려 있지만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웨이 호 렁 바클레이즈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19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은 더 큰 충격이 오거나 실제 위기 전염이 발생할 때 기준 금리를 내리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국제금융팀장은 “환율이 우리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여 2008년 금융위기처럼 큰 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전웅빈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