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PC 접고 SW로 간다… “PC사업 매각·분사 추진”
입력 2011-08-19 22:28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시장 1위인 하드웨어 강자 휴렛팩커드(HP)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IT업계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감을 보여주는 증거다.
HP는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본사에서 “PC사업을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이나 분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점은 내년 말까지로 못 박았다. HP의 PC사업은 지난해 410억 달러(약 44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큰 규모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HP도 최근 몇 분기 판매가 줄어들었다.
HP는 이와 함께 태블릿 PC인 ‘터치패드’와 자사의 웹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생산도 중단키로 했다. 이 부문에서는 애플과 구글에 크게 밀리며 반전의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HP의 웹OS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43.4%, 노키아 심비안 22.1%, 애플 iOS 18.2% 순이었다.
HP는 하드웨어 사업을 접는 대신 소프트파워를 강화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Autonomy)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42.11달러로 총 금액은 100억 달러에 달한다. 오토노미는 기업 네트워크에 저장된 중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검색엔진을 만드는 업체다. 오토노미 인수는 HP가 일반 소비자에서 눈을 돌려 기업 및 정부 기관을 미래의 고객으로 설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레오 아포테커 HP 최고경영자(CEO)는 “오토노미는 HP가 소프트웨어와 정보 부문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하고 차세대 정보통신 플랫폼을 창조하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며 오토노미 인수가 HP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HP의 행보는 과거 IBM과 닮아 있다. 한때 PC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IBM은 2005년 PC사업부문을 중국 업체 레노버에 매각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신 기업과 정부 기관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사업에 집중했다.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변신한 덕에 IBM은 일반 소비자에게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P는 1989년 이후 102건의 M&A를 진행했으나 성공과 실패는 엇갈려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HP의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