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외품 슈퍼 판매 한달’… 제약사서 물건 공급 안해 박카스조차 사기 힘들어

입력 2011-08-19 18:33


오는 21일로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 품목의 슈퍼 판매가 시행 한 달을 맞는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박카스 등 인기품목은 편의점과 슈퍼에서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18∼19일 본보가 서울시내 편의점과 슈퍼, 대형마트 등 20여곳을 돌아본 결과 이들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의약외품은 드링크류 3∼4가지가 전부였다. 대형마트에서는 ‘마데카솔’ 등 연고류와 4∼5가지 드링크류 정도만 구입이 가능했다.

서울 관훈동에서 손일동(56)씨가 운영하는 편의점 앞에는 ‘위청수, 까스명수 등 의약외품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걸려 있었다. 손씨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박카스인데 본사 차원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손님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물건을 팔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당산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진수(30)씨도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박카스와 두통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가 일하는 편의점에 박카스는 없었고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두통약은 여전히 슈퍼나 편의점 판매 금지 품목이다.

동네 슈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서울 길음동 그린마트 염성길(65) 사장은 “편의점은 본사 차원에서 제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자영 슈퍼들은 물건을 확보할 루트가 없다”고 성토했다. 서울 당산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강모(61)씨도 “까스명수는 음료 도매상에서 떼어 올 수 있지만 그 외의 약품은 약국에서 사야 한다”며 “약국에서 사 온 가격 그대로 마진 없이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혀를 찼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여전히 약사들 눈치 보기에 바빠 유통업체에 의약외품을 직접 공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유통업체에서 직접 공급을 요청하는 연락이 자주 오고 있지만 약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일반의약품이 슈퍼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안국동의 한 슈퍼는 ‘판피린’ 등 일반의약품을 팔고 있었다.

편의점·슈퍼마켓 측과 대한약사회는 여전히 입씨름 중이다. 한국편의점협회와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의약외품 품목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측은 “현재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슈퍼 판매가 허용된 것들도 약사 관리 하에 안전하게 써 왔던 제품들”이라며 “의약외품이라도 약은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동근 최승욱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