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헐크 시대’ 막 올랐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으로 선임, 김성근 감독 전격 경질

입력 2011-08-18 22:05


SK의 사령탑이 ‘야신’에서 ‘헐크’로 바뀌었다.

프로야구 SK는 18일 김성근(69)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만수(53) 2군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전날 김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퇴하겠다고 폭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감독 대행은 일단 이번 시즌 잔여기간 동안 SK를 대행 체제로 맡은 뒤 시즌이 끝난 뒤 정식 감독으로 공식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 대행은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안에 선수들을 추슬러서 SK가 대한민국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SK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구단”이라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한화와 2군 경기를 하던 중 신영철 SK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 감독대행은 “당황했다.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해와서 언젠가는 감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시즌 중간이고 김 감독님이 너무 많은 업적을 남겨서 부담이 됐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오래 전부터 차기 SK 감독이라는 소문이 돌던 이 감독 대행은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1997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총 1449경기에 출전해 통산타율 2할9푼6리, 홈런 252개, 861타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한국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올해 프로야구 30주년을 기념한 올스타 투표에서 ‘최고 올스타’로 선정된 바 있다.

1984년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타율-타점-홈런 부문에서 1위를 모두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2006년 롯데 이대호가 이 기록을 다시 한번 달성하기까지 무려 22년간 유일한 이 기록 보유자였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마이너리그 싱글 A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며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1999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트리플A팀인 샤롯트 나이츠로 코치 생활을 시작해 2000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불펜코치를 맡아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후 2006년 10월 SK에 입단, 수석코치와 2군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을 보좌했다.

SK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직 감독이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사표를 제출하고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을 대상으로 시즌 종료 후 퇴진을 발표한 사실이 대단히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잔여 시즌을 운영하다가는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조기 수습을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해고 통지를 받은 직후 곧바로 미팅을 소집해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구장을 떠났다.

한편 김 감독의 퇴진이 발표되자 SK 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팬들은 SK의 공식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4년 간 팀을 3번이나 우승시킨 감독을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팀이 어딨냐”고 구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 이날 인천 문학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X표시를 한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은 리본을 달고 모여 구단에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