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에 양승태 前대법관 지명 안팎… 안정지향 판결·보수색 뚜렷
입력 2011-08-19 00:45
지난 2월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던 양승태 전 대법관이 6개월 만에 사법부 수장에 지명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양 대법원장 지명자는 퇴임 후 대형 로펌행이나 변호사 개업이 아닌 ‘여행’을 택했다. 최근까지 히말라야와 미국 로키산맥 등에서 트레킹을 하며 해외에 주로 머물렀다. 당초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고사설’이 나왔다. 때문에 한때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목영준 헌법재판관으로 대법원장 후보군이 좁혀졌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낙점은 양 지명자였다. 양 지명자는 청와대 측의 연락을 받고 17일 미국에서 급거 귀국했다.
박 대법관은 이 대통령과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목 재판관은 대법관 경력이 없어 법관들의 반발이 예상됐고, 만55세라는 어린 나이가 약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양 지명자는 출생지가 부산이라 편중 인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안정지향적인 판결로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양 지명자는 일찍부터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재판뿐 아니라 사법행정 업무 경력도 많이 쌓았다. 법원 안에서 ‘사법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다. 199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맡아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기존 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는 등 일부 개혁을 이뤄냈다.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법 파산부 초대 수석부장으로 법정관리기업 처리를 주도했으며, 회사정리법을 정비하고 파산실무연구회를 꾸리기도 했다. 법정관리회사의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법정관리인을 처음으로 검찰에 고소한 일도 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이던 2001년 호주제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해 그 다음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선정한 ‘여성권익 디딤돌’로 뽑혔다.
양 지명자는 19일 새벽 “저보다 훨씬 경륜이 많으신 분들도 있는데 제가 지명된 게 송구스럽다”며 “영광을 느끼기에 앞서 제가 감당할 자리가 될는지 두려운 생각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명이 됐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호감을 주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처리로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양 지명자 인선에 대해 후배 법관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보수적이면서도 합리적이고, 소신이 뚜렷한 만큼 사법부 독립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지명자 가족으로는 부인 김선경씨와 두 딸이 있다.
봲부산(63) 봲경남고·서울대 법학과 봲제12회 사법고시 봲서울민사·형사지법 판사 봲부산고법 부장판사 봲서울지법 수석부장판사 봲부산지법원장 봲법원행정처 차장 봲특허법원장 봲대법관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