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 IT산업] 첫 안드로이드폰 우리가… 삼성 이어 LG도 코앞서 놓쳤다

입력 2011-08-18 18:39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4년에 안드로이드의 제안을 거절했고, LG전자는 2007년 중반 첫 안드로이드폰 제작 기회를 놓쳤다. 2004년 벤처기업인 안드로이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앤디 루빈은 삼성전자를 방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거절했지만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루빈이 당시 삼성전자를 방문해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의 운영체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에 장착된 슬라이드 형식의 키보드”라고 해명했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된 뒤 루빈으로부터 첫 안드로이드폰 제작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첫 안드로이드폰의 영광은 대만의 HTC로 넘어갔다.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국내 최대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하드웨어 사업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이미 소프트웨어로 중심이동이 이뤄졌다. 특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국내 IT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지만 국내업계는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또한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안드로이드폰 이외에 ‘멀티플랫폼 전략’을 계속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자 OS인 바다를 업그레이드해 탑재한 스마트폰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당분간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LG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운영체제 개발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