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 IT산업] 세계 IT업계 M&A 열기… 다음 먹잇감은 ‘코닥’

입력 2011-08-18 18:39

전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이 인수·합병(M&A) 열기로 들끓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특허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도 M&A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활 건 인수전=최근 굴지의 IT 기업들 관심은 인터디지털이란 회사에 쏠려 있다. 3G 통신과 4G LTE의 핵심 특허 등 8800개의 특허를 보유한 인터디지털이 구글, 노키아, 퀄컴, 삼성 등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면서 인수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인터디지털은 삼성, 애플, MS, HTC 등 대형 휴대전화 업체와 3G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컨소시엄이 파산한 노텔을 인수한 이후 인터디지털이 시장에 남아 있는 가장 훌륭한 매물로 평가한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 홀딩스를 인수했기 때문에 발을 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390억 달러(4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구글이 좋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카메라 특허를 다수 보유한 이스트만 코닥도 최근 몸값이 뛰고 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캐논, 니콘 등에 밀려 실패했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한 덕에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 MS, 구글 등이 인수 후보자로 나섰다고 코닥 대주주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적재산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MDB캐피털은 코닥 특허의 시장가치가 3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전례 없는 특허전=최근 인수전은 특허 전쟁과 무관치 않다. 지적재산권 소송 정보 전문업체 렉스머시나 최고경영자 조슈아 워커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허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소송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상대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허 전쟁에서 패하면 단순한 손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이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간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 자사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도 HTC가 운영체제(OS)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HTC는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그래픽카드업체 S3그래픽스를 인수했다. 애플은 삼성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오라클은 안드로이드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구글에 20억 달러 배상 요구를 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