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 IT산업] 세계적 기술 개발하고도 컨트롤타워 없어 남좋은 일만

입력 2011-08-18 18:39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한국 정보기술(IT)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IT 관련 업무는 지식경제부(IT산업지원),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 문화관광부(콘텐츠 육성), 행정안전부(정보화·정보보호) 등으로 분산됐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세계적인 토종 IT기술을 개발해놓고도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뺏기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각 부처의 이기주의 및 칸막이식 규제로 인해 유기적인 정책 결합이 부족했던 탓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잃어버린 IT 3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우리나라는 2006년 6월 4G 기술인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현재 와이브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개발된 LTE 기술에 밀려 고사위기에 처했다.

와이브로 기술을 추진했던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컨트롤타워가 사라지고 세계 표준화 작업에 소홀한 사이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대표적인 우리 토종 기술인 한국식 지상파DMB(T-DMB) 기술도 올 초 남미 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지원에 힘입은 ‘원세그’에 밀려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남미 국가들에 수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DMB 기지국 등 설비를 무상 지원하며 적극적인 수출 지원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는 이렇다할 손을 쓰지 못했다. 이밖에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는 뒤늦게 출발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지수 보고서에서 2006∼2007년 2년 연속 1위였던 우리나라는 2009년 2위, 2010년 3위로 추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네트워크 준비지수 순위도 2007년 9위에서 지난해 15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IT컨트롤 타워 복원 필요성이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민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18일 정보통신과 방송통신 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가칭 정보미디어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의 정보통신(IT) 홀대정책으로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 간 일궈놓은 ‘IT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IT 분야에 문외한인 정치적 인사로서 오로지 정권의 방송장악에만 몰입, IT 정책이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컨트롤타워 복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현재 스마트폰, 소셜 등의 등장과 대형 인수합병 등 세계적으로 IT 패러다임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의 시기에 컨트롤 타워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정태명 교수는 “지식정보화 사회를 견인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 조직의 체계를 재검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서 “IT와 미디어뿐만이 아닌 과학기술도 아우르는 거대 정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손병호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