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단 초강수 왜… 당국 압박에 은행들 ‘몽니’ 부리듯 전격 중단
입력 2011-08-18 21:27
시중은행이 이달 말까지 ‘신규 가계대출 전격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배경에는 금융당국과 은행 간 갈등이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다시 가계대출 급증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1% 이상을 기록한 농협 신한 우리은행과 가계대출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부행장을 소집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번 신규 가계대출 중단 조치가 이들 은행 주도적으로 이뤄진 이유다.
그러나 은행들이 금융 소비자를 무시하고 ‘몽니’를 부리듯 한꺼번에 대출을 중단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유의 대출 중단, 왜?=지난 1일 은행들은 가계 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모든 영업점의 경영 평가에서 가계대출 실적을 제외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경쟁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불과 12일 만에 지난달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8%가 넘는 1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이 0.6∼0.7% 이상이면 곪아터지기 직전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그래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은행들을 불러 대책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협 신한 우리은행은 신규 가계대출을 대부분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낮았던 국민 외환 기업은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그러나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종합대책 발표 이후 여신 심사가 강화되자 각 영업점에 가수요자들이 미리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시중은행 본점에는 “이미 상담이 진행 중인 대출은 처리하게 해 달라”는 영업점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앞선 17일까지 상담이 접수된 대출건만 처리토록 조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 공방 속 풍선효과 우려도=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 소비자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대출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금융시장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치밀하지 못한 정책 추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률안 심사에서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해야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아예 중단하도록 지도하면 (금융시장이) 경착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지 않은 국민 외환 기업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준구 황세원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