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의원 주식신탁 취소 소송… “남편회사 지분·인기 상임위 둘다 포기 못해”
입력 2011-08-18 21:23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인정된 남편의 보유 주식을 신탁할 경우 대리인이 매각할 것을 우려해 신탁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기 상임위를 포기할 수도 없고, 주식을 남한테 맡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김정(사진) 의원은 남편이 경영하는 S사 주식을 대리인에게 맡기라는 행정안전부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신탁위)의 처분에 불복,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사는 도시건축·설계 업체다. 정무위는 금융감독원 등 경제·금융 관련 기관을 감시·감독한다.
김 의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 회사 주식을 포기할까, 정무위원을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한다는 생각해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정무위원이 되자 신탁위로부터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무위 소속인 김 의원이 S사에 대한 각종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의원은 신탁위 결정에 따라 9000만원대 상장사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이어 대주주로서 보유하던 수억원 규모의 남편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백지신탁하려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백지신탁할 경우 대리인이 매각하더라도 나중에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결국 신탁위 처분에 따르지 않고 주식을 신탁하지 않은 채 신탁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의원은 “정무위 포기와 행정소송 중에서 소송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투자목적이 아닌 가족끼리 나눠 가진 지분을 매각하도록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화) 심리로 지난 1월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신탁위 측은 “정무위 소속인 김 의원은 보유 주식과 관련된 법을 입안·심의해 직무수행과 관련해 주가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직무 연관성을 막연하게 판단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이 백지신탁제를 담은 공직자윤리법에 대해 제기한 위헌제청 결과를 기다리며 김 의원의 소송을 보류하고 있다. 배 의원 역시 백지신탁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경우 소속 상임위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특히 정무위와 기획재정위의 경우 거의 모든 주식이 직무와 관련돼 재력 있는 의원들은 두 상임위에 배속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국회 공직윤리위원회에 따르면 18대 국회 들어 신탁위로부터 보유 주식이 직무와 연관 있다고 판정돼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들은 7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