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상급식 투표’ 자중지란
입력 2011-08-18 18:22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6일 앞두고 18일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적극 지원’이라는 당론을 거스르고 있다는 당내 지적에 친박근혜계가 집단 반발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계백장군처럼 만드는 게 아니냐”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나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친박계와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의총 한 번 열지 않았고, 일개 시의 단체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당이 이끌려 왔다”며 “왜 오 시장이 정한 주민투표에 당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지느냐”고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을 이미 하고 있는 김문수 지사는 민주당 도지사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묵묵히 날선 비판을 듣던 홍준표 대표는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이제 됐다”며 두 차례 제지했지만, 유 최고위원은 굴하지 않고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 당이 주민투표 이후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나 최고위원은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가 끝난 후 유 최고위원을 따로 만나 “발언의 취지가 잘못 보도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 도화동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친박계가 오 시장을 엿 먹인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서 나온다”며 “당에서 싸우면 저 XX들 무상급식을 정치화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제발 지도부에서 (무상급식 문제와 계파를 연계하는) 그런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 시장은 “모두 마음을 합하고 일사불란하게 뛰면 유효투표율 33.3% 달성이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져 달라”고 당내 단결을 호소했다. 당내에선 당 지도부의 ‘네 탓 공방’이 투표율이 미달됐을 경우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