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 덧입혀 더 강해진 ‘돌아와’로 돌아와… 디지털 음반으로 재기한 구준엽

입력 2011-08-18 18:14


여름이면 생각나는 대표적 음악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노래가 댄스 듀오 ‘클론’의 곡들이다. 1996년 데뷔한 이 팀은 ‘꿍따리샤바라’ ‘도시탈출’ 같은 노래로 90년대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2000년 11월 멤버 강원래(42)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으면서 활동이 위축됐다. 둘은 2005년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며 야심 차게 가요계 복귀를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클론의 구준엽(42)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클럽 DJ. 나이가 들어서도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DJ 활동을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클론의 구준엽’보다는 ‘디제이 쿠(DJ KOO)’로 더 유명해졌다.

구준엽은 최근 클론의 히트곡 ‘돌아와’를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풍으로 리믹스한 디지털 음반을 들고 복귀했다. 자신이 직접 편곡과 프로듀싱을 도맡은 첫 음반이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남의 음원이 아닌 내 음악을 가지고 ‘디제잉’하고 싶어서 앨범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원래 댄서였잖아요. 90년대 가수로 데뷔한 건 ‘내 노래를 가지고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DJ 활동을 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내 음악으로 디제잉을 해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고 싶다’는 거였죠. 이번 음반은 그래서 나오게 된 거예요. 신곡이 아닌 ‘돌아와’를 선택한 이유는 일렉트로 장르가 대중에겐 생소할 수 있으니까 익숙한 음악으로 다가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요.”

이번 음반엔 크랙 데이빗(Craig David), 다프트 펑크(Daft Punk) 등 해외 유명 뮤지션 음반에 참여한 마스터링 엔지니어 사이먼 데이비(Simon Davey)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구준엽은 “내가 편곡한 음원을 영국 런던에 있는 데이비에게 보냈더니 ‘음악이 굉장히 좋은데 어느 나라 노래냐’는 답변이 왔었다. 굉장히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구준엽은 최근 TV 출연이 잦았다. 가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 KBS 2TV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해 후배들과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나가수’에서 ‘희나리’를 댄스 음악으로 편곡해 김범수와 함께 연출한 무대는 큰 화제가 됐다.

“범수한테 부탁을 받고 흔쾌히 동의했어요. 범수가 정말 착해서 원래부터 좋아한 후배거든요. 처음엔 무대 연출만 돕기로 했는데, 결국엔 음악까지 제가 편곡해서 무대를 꾸미게 됐죠.”

불혹을 넘긴 나이, 아직 미혼인 그에게 결혼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는지 묻자 “아직 철이 안 들어서 할 수 있을까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결혼하면 이런 걸(클럽 DJ)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한 애정이 묻어났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