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경기-남자 400m] 장애인-비장애인 나란히 ‘아름다운 레이스’
입력 2011-08-18 18:13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400m 종목은 우승 여부보다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경기로 관심을 모은다.
남자 400m에서는 인간 승리의 상징인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가 출전한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한 피스토리우스는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레이스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로 불린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남자 100m와 200m, 400m를 석권하면서 장애인 무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일반인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꿈꿔 온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했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보철 다리를 통해 일반 선수보다 25% 정도 에너지 경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불공정 경쟁을 막고자 그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그러나 스포츠 관련 갈등 해결 기구인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피스토리우스가 보철 다리로 부당한 이득을 얻지 않았다’며 IAAF의 결정을 뒤집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출전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3년 전 베이징 올림픽 당시 A기준기록(45초55)에 0.7초가 모자라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심기일전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17일까지만 해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3일 만에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45초61)을 0.54초나 앞당긴 45초07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A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메이저 육상 대회에서 비장애인 선수와 겨루는 최초의 장애인이 된다.
이와 별도로 우승권에는 미국의 라숀 메릿(25)이 가장 근접해 있다. 메릿은 베이징 올림픽과 2009 베를린 대회 400m와 1600m계주에서 각각 2관왕에 오르는 등 400m의 최강자다. 특히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7 오사카 대회를 휩쓸었던 제레미 워리너(27·미국)가 발가락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결장해 경쟁자가 없다. 남자 400m 1라운드는 28일 오전 11시15분, 준결승은 29일 오후 8시, 결승은 20일 오후 9시45분 열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