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역자 인정 주장하는 총신대 강사 강호숙씨 “교회 내 남녀 차별이 성경적? 정치적 문제죠!”

입력 2011-08-18 17:59


“교단이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성의 은사와 소명이 무시되는 상황이죠. 여자도 하나님이 만드셨는데….”

17일 만난 총신대 강사 강호숙(49)씨는 광야에 홀로 선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은 여성 목사도, 여성 장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 전도사가 있지만 임시직이라고 교단 헌법은 못 박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강씨는 여성 지도자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해 왔다.

“예수님이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것부터 그의 죽음과 부활, 오순절 성령 강림까지 주요 사건마다 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예수님이 살아났다고 여자들이 전했을 때 남자들은 믿지 않았죠.”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어 십자가 고난을 예비한 사람은 여자였다. 그때 남자들은 낭비라며 화를 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로마 군병을 아랑곳하지 않고 뒤따른 것도 여자였다.

강씨는 교회 내 여성 지도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문으로 2009년 예장 합동 소속 총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장 합동에서 여성 지도자 연구로 학위를 받은 첫 사례다. 이후 총신대 학부와 신학대학원, 총회신학원에 ‘현대사회와 여성’ ‘교회 여성의 이해와 사역’ 등 여성 관련 강의가 개설됐다. 당초 예정됐던 다른 강의가 취소되면서 기회가 열린 것이다. 강씨가 3년째 맡고 있다.

“신학적으로 아는 게 없으니까 여자라고 무시해도 성경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 기왕이면 제가 중학생 때부터 다닌 교단, 여성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에서 학위를 받고 싶었어요.”

총신대는 여성이 비하돼도 따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전도사 시절엔 아래 강단에서만 설교했다. 남성 목회자만 위 강단에 설 수 있었다. “하나님 말씀과 성(性) 중 뭐가 우선이냐고 물었더니 여성은 원래 강도권이 없다는 거예요. 교회 내 남녀 차별은 성경 해석보다 정치적 문제 같았어요.”

예장 합동 교회에서는 미혼여성 사역자가 생활고를 겪는다고 강씨는 전했다. 여성 전도사는 임시직이고 목사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씨의 박사 논문은 여성의 목회 활로를 개척하는 시도였다. 교단 내 여성 지도자의 위상에 대한 논의, 신학적 접근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도 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허락해 달라는 거예요. 토론해 보고 정말 성경적으로 아니면 깨끗이 승복할 수 있습니다.” 강씨는 “몹시 외롭다. 계속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사명 같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