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단내 여성 리더십을 말하는 강호숙 씨
입력 2011-08-18 17:04
[미션라이프] “교단이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성의 은사와 소명이 무시되는 상황이죠. 여자도 하나님이 만드셨는데….”
17일 만난 총신대 강사 강호숙(49)씨는 광야에 홀로 선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은 여성 목사도 여성 장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 전도사가 있지만 임시직이라고 교단 헌법은 못박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강씨는 여성 지도자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해 왔다.
“예수님이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것부터 그의 죽음과 부활, 오순절 성령 강림까지 주요 사건마다 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예수님이 살아났다고 여자들이 전했을 때 남자들은 믿지 않았죠.”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어 십자가 고난을 예비한 사람은 여자였다. 그때 남자들은 낭비라며 화를 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로마 군병을 아랑곳하지 않고 뒤따른 것도 여자였다.
강씨는 교회 내 여성 지도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문으로 2009년 예장합동 소속 총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장합동에서 여성 지도자 연구로 학위를 받은 첫 사례다. 이후 총신대 학부와 신학대학원, 총회신학원에 ‘현대사회와 여성’ ‘교회 여성의 이해와 사역’ 등 여성 관련 강의가 개설됐다. 당초 예정됐던 다른 강의가 취소되면서 기회가 열린 것이다. 강씨가 3년째 맡고 있다.
“신학적으로 아는 게 없으니까 여자라고 무시해도 성경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 기왕이면 제가 중학생 때부터 다닌 교단, 여성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에서 학위를 받고 싶었어요.”
총신대는 여자가 비하당해도 따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전도사 시절엔 아래 강단에서만 설교했다. 남자 목회자만 위 강단에 설 수 있었다. “하나님 말씀과 성(性) 중 뭐가 우선이냐고 물었더니 여자는 원래 강도권이 없다는 거예요. 교회 내 남녀 차별은 성경 해석보다 정치적 문제 같았어요.”
예장합동 교회에서는 미혼 여성 사역자가 생활고를 겪는다고 강씨는 전했다. 여성 전도사는 임시직이고 목사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씨의 박사 논문은 여성의 목회 활로를 개척하는 시도였다. 교단 내 여성 지도자의 위상에 대한 논의, 신학적 접근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도 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허락해 달라는 거예요. 토론해 보고 정말 성경적으로 아니면 깨끗이 승복할 수 있습니다.” 강씨는 “몹시 외롭다. 계속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사명 같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