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안 거두어들인
입력 2011-08-18 17:40
조정권(1949∼ )
시골에 있는 친구가
공기를 보내왔다.
택배를 뜯어보니 사과향기가 난다. 아, 이 공기
내 머리카락은 투명한 대기 속으로 날아간다.
사과는 거두어들였겠지만
아직 안 거두어들인 공기 속으로.
사과는 육즙이 들어있는 과일 이전에 사과라는 형체를 가진 향기 덩어리다. 사과가 나뭇가지에서 떼어질 때, 사과만한 크기의 공기 덩어리도 같이 떼어지는 것이 된다. 우리가 사과를 사먹거나 택배로 받을 때 과수원에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의 상실에 빚지고 있다. 시인은 짧게 코멘트 했다. “사과를 다 딴 과수원에서 느낀 것이지만 아직 안 거두어들인 것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가령 공기나 사과 따는 좋은 날씨 같은 것들이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