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자원을 둘러싼 소리 없는 쟁탈전
입력 2011-08-18 17:57
심해 전쟁/사라 치룰 지음, 박미화 옮김/임프린트 엘도라도
해양학자들은 심해를 ‘마지막 경계’라고 표현한다. 심해에 대한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해양학자 대다수가 수심 1000m 이하를 심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국(NOAA)은 대기 밖에 있는 우주공간인 ‘아우터 스페이스(Outer Space)’와 비교해 심해를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라고 칭한다. 심해는 우주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어둡고 먼, 신비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심해에 묻혀 있는 자원을 먼저 손에 넣으려는 국제적 쟁탈전이 소리 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심해 전쟁이다. 2007년 8월 2일 러시아 탐사대가 잠수함 미르 1, 2호를 타고 북해 해저에 내려가 자국의 국기를 꽂았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의 잠수정 자오룽이 남중국해 해저 3759m까지 들어가 오성홍기를 꽂았다. 이러한 과시적 행동은 국제법상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을지라도 주변국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서 연고권 획득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게 독일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자인 사라 치룰의 주장이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정부는 2006년 국제해저기구로부터 태평양에서 탐사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보통 수심 4000m 이하의 심해저에서만 발견되는 망간단괴 속에는 망간 외에도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원소가 들어 있어 미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독일에는 이런 자원이 없어 수입에 의존해 왔다. 저자는 “베를린에서 1만5000㎞ 떨어진 태평양 수심 5000m 깊이에 천연자원이 넘쳐나는 ‘독일의 17번째 주’가 생겨난 셈”이라고 썼다.
한·일 양국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독도 부근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