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野神’이 떠난다… SK 김성근 감독 “올해 계약 끝나면 그만 두겠다” 돌연 선언
입력 2011-08-18 00:27
‘야신(野神)’이 결국 SK를 떠난다.
김성근(69) SK 와이번스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SK와의 계약이 끝나면 감독을 그만 두겠다”며 “재계약과 관련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 사퇴 발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김 감독은 앞서 민경삼 SK단장에게 사퇴 의사를 통보했다.
시즌 중 갑작스런 발표였지만 김 감독은 이날 발표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새 사람이 새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3월 프로야구 30주년 기념 사진전을 보면서도 많이 생각했고, 올스타전 때도 감독직 사퇴 발표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사퇴시기로 “올해 SK 일정이 끝날 때까지”로 못 박았다. 그는 “SK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해 아시아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그때까지 SK를 지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퇴 번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생각보다 고집이 센 사람이다. 안 한 다면 안 한다”고 잘라 말해 사퇴 의사를 접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다”며 “일각에서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데 정규 시즌 중 다른 팀과의 접촉은 SK에 결례여서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2007년 SK 3대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SK에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겼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2008년, 2010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 감독은 재임 이후 4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며 SK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9년 SK와 3년 간 재계약에 성공한 김 감독은 최근 재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구단에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이 재계약 논의를 세 차례나 미뤘다”며 “재계약 결정은 구단이 내리는 것이지만 나 또한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섭섭해 했다.
야신의 사퇴 선언에 SK 선수들도 흔들렸다. SK는 이날 삼성과의 경기에서 올 시즌 최다 점수 차인 0대 9로 패했다. 1회 박석민에게 3점포를 허용한 데 이어 2회에는 최형우에게 생애 첫 만루포를 헌납하며 일찌감치 무너졌다.
김 감독의 폭탄발언 이후 야구계에서는 벌써 후임으로 이만수(53) 현 SK 2군 감독을 거론하고 있다. 2007년 김 감독과 함께 SK에 합류한 이 감독은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받기도 했다.
한편 KIA와 롯데의 광주 경기는 선발 전원 안타를 때린 롯데가 9대 3으로 승리하며 50승 고지에 올랐다. 잠실(두산-LG)과 목동(넥센-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