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확보’ 11라운드까지 접전… 이통사 첫 주파수 경매 12라운드로

입력 2011-08-17 18:42


SK텔레콤과 KT가 17일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향배를 결정할 국내 첫 주파수 경매에서 1.8㎓ 대역을 놓고 11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매는 18일 오전 9시 12라운드부터 속개될 예정이다.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서 파견된 입찰 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시작된 경매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2.1㎓, 1.8㎓, 800㎒ 등 3개다.

황금주파수인 2.1㎓ 대역에 단독 입찰한 LG유플러스는 1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최저가인 4455억원에 2.1㎓ 대역 20㎒ 폭을 확보했다.

하지만 800㎒와 1.8㎓ 등 두 주파수 대역을 놓고는 SK텔레콤과 KT 간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졌다. 이 두 주파수 대역 경매는 최고가 입찰자가 나타날 때까지 라운드를 진행하는 ‘동시오름입찰’ 방식으로 이뤄졌다. 1라운드에서 두 사업자가 각각 800㎒와 1.8㎓ 대역을 나눠서 신청하면 각 사업자는 해당 주파수를 낙찰받게 되고 경매는 바로 종료되지만, 1.8㎓ 대역을 선호하는 SK텔레콤과 KT의 피 말리는 베팅으로 경매는 오후 6시까지 거듭됐다.

특히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대역인 1.8㎓에 두 사업자가 모두 신청,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머리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1.8㎓ 대역에 대한 최저 경쟁가격은 4455억원이지만, SK텔레콤과 KT가 반드시 1.8㎓ 대역의 주파수를 가져가려 해 11라운드까지 최저가 대비 466억원이 상승한 4921억원까지 치솟았다. 매 라운드 입찰 증가분은 직전 최고 입찰가의 1%인 최소 45억원으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경매 상한가격을 정하지 않아 주파수 할당을 받은 사업자가 자금난에 직면하게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영국과 독일에서 3G 주파수 경매가 과열되면서 최저 경쟁가격보다 84배 높은 가격에 낙찰가가 형성된 적도 있었다.

SK텔레콤과 KT가 꼭 주파수를 차지하지 못해도 경쟁사에 큰 타격을 주는 전략을 구사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8㎓ 주파수에서 LTE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많지만 글로벌 음성·데이터 로밍의 경우 3G 주파수인 2.1㎓와 기술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으로 1.8㎓ 주파수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1.8㎓ 주파수 가격을 올려놓고 슬쩍 빠지는 히트앤드런 작전을 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