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유전자원 확보하라” 정부, 토종 종자 개발 사활
입력 2011-08-17 18:38
‘가축 유전자원 전쟁’이 조만간 닥쳐온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멸종 등에 따라 세계적으로 가축 종자의 다양성이 떨어지면서다. 특히 닭, 돼지 등에서 해외 품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축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재래 품종 보호와 개발이 더욱 시급하다.
농촌진흥청은 17일 “세계적으로 가축 유전자원 다양성이 줄면서 각국의 고유 종자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가축 유전자원에 대한 국제 간 교류에 표준규범이 없지만, 향후 자원 전쟁 쟁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2007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동물 유전자원 현황 보고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에 서식하는 동물 유전자원 품종 중 약 9%가 이미 멸종했다. 20% 가까이는 멸종 위기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가축 유전자원 종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 한우도 과거 칡소, 흑우, 백우, 청우, 황우 등 다양한 색깔의 소가 사육됐지만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황색 한우를 제외한 다른 종류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한우를 제외한 돼지, 닭, 오리 등은 아예 대부분 해외 품종을 들여와 키우고 있다. 그동안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면서 토종 종자 개발과 보호가 방치돼 온 결과다.
토종 품종은 우리 기후와 풍토 등에 자연적으로 적응한 것이어서 질병 등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품종을 만들어 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 2004년부터 흑우(검은소), 재래돼지, 백색한우, 재래닭 등 희귀품종을 비롯한 21품종의 가축 유전자원을 연구·개발해 보호하기 시작했다. 농진청은 “재래품종이 그동안 낮은 생산성 때문에 방치되면서 멸종 위기에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재래돼지, 재래닭을 복원해 농가에 보급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등 관련 연구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