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연방국가 연합… EU식 경제공동체 추진
입력 2011-08-17 21:58
러시아가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와 함께 유럽연합(EU)식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블록을 통해 EU뿐 아니라 중국, 미국과도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경제연합은 유로화처럼 공동화폐를 찍어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로존이 재정위기로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어서 러시아의 이 같은 경제블록 구축을 통한 지역패권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러시아 등 3개국 내년 경제통합=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간 정상회담에서 내년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을 만든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세 정상은 공동화폐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3개국 간에는 상품, 서비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국가의 인구는 1억6500만명이고, 국내총생산(GDP)의 합은 2조1000억 달러다. 작은 경제블록이 하나 탄생하는 셈이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향후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부터 관세동맹을 맺어 서로에게 관세를 요구하지 않는다.
◇푸틴의 야심=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가 중심이다. 옛 소련 국가와 러시아 사이 경제통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숙원이다. 푸틴은 2000년 옛 소련 6개국과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창설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조화로운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푸틴은 옛 소련 국가와의 재통합을 통해 유라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상회담 뒤 “경제연합 창설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소비에트연방 붕괴 뒤 처음으로 경제 및 무역 관계 회복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변수=유라시아경제연합이 명실상부한 경제통합 기구가 되려면 가입 국가가 더 필요하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핵심 변수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EU와 FTA를 추진해 왔다. 인구가 4500만명으로 비교적 많은 데다 땅이 넓어 EU와 러시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