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법’ 입법 다시 만지작?… 금융위 “중동자금 활용 위한 TF 곧 구성”

입력 2011-08-17 21:36

정부가 중동 자금 활용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서면서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동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려면 수쿠크 발행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7일 “외화차입 다변화를 위해 다른 여러 나라들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을 의논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금융 관련 연구원, 민간 금융회사 등과 함께 가까운 시일 내에 중동 자금 활용을 위한 TF를 만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TF의 범위에 수쿠크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현 금융정책과장은 “수쿠크는 중동 자금의 20∼30%밖에 안 된다”며 “국부펀드, 중동계 은행의 중장기 투자 자금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다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TF의 목표를 “그동안 한국 시장이 중동계 자금의 매력을 끌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찾는 것”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수쿠크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바란 중동 담당 팀장은 “정부가 수쿠크 발행을 빼고 중동 자금을 끌어올 만한 뚜렷한 유인책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부펀드로 하여금 국내 기업 지분을 사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금융이 아닌 산업의 분야”라고 설명했다.

중동 자금에 대한 관심이 부상한 것은 최근 미국 및 유럽발 위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우리 금융의 높은 미국·유럽 의존도를 언급하며 “중동으로 돈이 모이고 있으니 중동과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미국과 유럽 외에) 중동으로도 포트폴리오가 적절하게 분산돼야 하는 만큼 이슬람채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상대로 “중동계 자금 TF를 통해 대외 여건 악화에 대비한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쿠크법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전체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중동자금 유치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법안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인들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은 있지만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총대를 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특별한 계기가 생긴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전체회의 상정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