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네가 틀렸어”… 신용등급 강등 이후 美 국채 가격·인기 되레 올라

입력 2011-08-17 21:40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오판이었다는 증거가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난 5일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계속 떨어졌다.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지난 10일에는 2.03%를 기록,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요도 활발하다. 지난 주 미 국채 경매에서만 720억 달러가 차입됐다. RBS 증권의 여신 책임자 에드워드 마리난은 “시장은 ‘S&P의 결정이 잘못된(wrong)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미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산정 기준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전문가 집단도 아닌 S&P가 정치를 신용등급 강등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적자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2조 달러의 오차가 있었음에도 정치 분열을 이유로 강등을 밀어붙였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머스 만 의회문제 연구원은 “S&P가 정치 분석가가 됐다는 게 황당할 뿐”이라면서 “3대 신용평가사 어느 곳도 정치 시스템을 판단할 전문성은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전 세계 보유 외환의 약 60%를 차지하는 달러 발행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이후 정부 공백 상태인 벨기에와 똑같다”며 S&P 판단에 의구심을 표했다.

중국과의 형평성도 신뢰에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S&P는 미국을 기준으로 중국의 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한 지 8개월 만에 미국 등급을 내렸다. 공산당 체제의 중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신용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디사이트의 채권리서치 부문 책임자인 글렌 레이놀즈는 “이 사태와 관련해 분명한 두 가지는 시장이 S&P보다 똑똑하다는 점과 미국은 결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평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