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지각출석 허회장 “송구”… 의원들 “국회 능멸” 질타
입력 2011-08-17 21:42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하루 종일 진땀을 흘렸다.
전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던 허 회장은 17일 오전 현지 일정을 축소하고 귀국한 뒤 국회로 직행,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했다. 허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야당 의원들은 허 회장의 지각 출석을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허 회장이 지난 6월 공청회에 이어 오늘도 제때 오지 않았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간에 이런 식으로 미적대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이해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백날 이야기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공청회 연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공청회 시작 1시간 후인 낮 12시. 허 회장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는 “지난번 공청회에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은 해외발주 일정 때문에 늦었다. 널리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허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왜 이렇게 모시기가 힘든가.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느냐”고 물었고, 허 회장은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강 의원은 이에 “그런데 왜 국회를 무시하고 능멸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허 회장은 “미안하다”고 다시 사과를 했다. 김재균 의원은 “GS그룹에서는 수탁기업체협의회가 설립된 계열사가 몇 곳이 있느냐”고 질의했으나, GS그룹 회장인 허 회장이 대답을 못하자 “먹통이시구만요”라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허 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대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공청회는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 5시간 동안 진행됐다. 허 회장과 일부 의원들은 지경위원장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허 회장은 당초 공청회에 불참할 예정이었다. 전경련이 국회에 보낸 자료에는 모두발언자가 허 회장이 아닌 정병철 상근부회장으로 명시돼 있었다. 허 회장이 계획을 바꿔 참석한 것은 정치권의 강력한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의 김영환 지경위원장 측은 “허 회장 출국 사실이 공청회 전날 보도된 직후 지경위 차원에서 허 회장 측에 전화를 걸어 국회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경위 여야 간사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허 회장에게 귀국 및 국회 출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언급하며 재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도 허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