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추레한 승객들
입력 2011-08-17 17:47
미국 뉴욕에서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에어프랑스의 기피인물이라고 한다. 여승무원들을 성적으로 괴롭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최근 에어프랑스 여승무원이 익명으로 스트로스칸의 나쁜 버릇을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대단한 작업남’으로 분류된 스트로스칸에 관한 보도를 계기로 승객들의 추태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항공업계에 자료를 부탁했다. 승무원들이 작성하는 ‘객실 업무 보고서’를 토대로 추레한 승객들의 행태를 요약한 자료를 받았다. 폭언, 폭행, 난동, 기물파손, 성추행, 흡연 등이 주를 이뤘다.
성추행범들은 주로 항공기가 이륙한 뒤 2시간쯤 지났을 때를 범행시간으로 잡는다. 기내 서비스가 끝나고 대부분의 승객들이 곤하게 잠을 자는 시간대를 노린 것이다. 범행대상은 혼자 자고 있는 젊은 여성. 성추행범은 지정석을 벗어나 미리 점찍어 둔 젊은 여성의 옆자리로 옮긴다. 부부나 애인처럼 가장해 여자 승객의 몸을 더듬는다. 승무원이 “애정행각이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성추행을 한다. 뭔가 이상해 눈을 뜬 여자 승객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범행은 들통 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현행범으로 경찰에 인계된다.
폭언, 폭행, 난동, 기물파손 등은 대개 술과 관련이 있다. 항공사들은 술에 취한 승객들의 행패를 방지하기 위해 포도주 한두 잔 정도만 서비스한다. 하지만 탑승하기 전에 술을 마신 취객들은 막무가내로 술을 달라고 생떼를 쓴다. 그러다 거절당하면 통로를 오가며 고성방가, 폭언하는 것은 물론 승무원을 폭행하기까지 한다.
몰래 가지고 온 술을 마시다가 제지당하자 통로에다 오줌을 갈긴 외국인도 있고, 제 집 안방처럼 팬티 차림으로 통로를 활보하는 취객도 있다. 술김에 비상문을 열려는 정신 나간 승객도 있다고 한다. 도가 지나친 승객은 전기충격기로 제압하고, 포승줄로 묶어 격리시킨다. 난동을 부리는 사람의 주변에 있는 승객들에게는 귀마개와 눈가리개를 줘 피해를 줄인다.
기내 금연은 상식인데도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담배를 피우는 얌체족도 있다. 승무원이 화장실을 노크하면 꽁초를 변기에 버린 뒤 물을 내리고는 잡아떼기 일쑤다. 화장실에 연기가 자욱한데도 먼저 이용한 사람이 피웠다는 식이다. 항공업계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승객들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