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운동 한다고 손가락까지 자르나

입력 2011-08-17 17:41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올해 임·단협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왼쪽 새끼손가락 한마디를 손도끼로 잘랐다. 그제 현대차 공장 본관 잔디밭 앞에서 열린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조합원 보고대회에서의 일이다.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노동운동하면서 단지(斷指)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초 사측은 이날 19차 임·단협 교섭을 하자는 공문을 노조에 전달했다. 그러나 근로시간면제(타임 오프) 제도 시행안에 국한해 재교섭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노조에 거부당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지난달 27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를 밟는 등 투쟁을 준비해 왔으며 대의원대회에서는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따라서 단지는 위원장이 작심하고 벌인 것으로 보여진다.

노조지도자가 조합원의 복지 향상 등을 위해 사측을 상대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는 있다. 거대한 자본 앞에 가진 것이라곤 노동력밖에 없는 조합원이 투쟁의 수단으로 태업이나 파업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단식 농성 등을 통해 조합원의 결집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천명의 조합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손도끼를 꺼내 갑자기 손가락 한 마디를 자르는 것은 생각하기에도 섬뜩하다. 조합원의 뜻을 모아 회사 측을 압박하는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노동운동 방식이 이처럼 잔혹한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단지라는 방식은 과거 관제데모가 유행하던 시절에나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라 어쩐지 어색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 일부 직원이 일과시간 중에 컴퓨터를 이용한 도박을 하다 사내 감사에 적발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당시 적발된 직원 가운데는 노조 간부도 포함돼 있어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실적을 쌓아 국민들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합리적인 대화로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뿌리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