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고배당보다 건전성 키워야
입력 2011-08-17 17:40
은행들의 높은 배당률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그제 4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고배당 문제를 지적하자 일각에서 볼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권 원장은 지난달 19일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시기 경고성 발언을 했다.
금융불안 요소가 가시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은행 주주들이 이익을 나눠 챙기기보다 자기자본을 늘려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2013년부터 ‘바젤Ⅲ’라는 더욱 엄격해진 국제 금융건전성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재원을 내부유보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젤Ⅲ’에 따를 경우 금융지주사들의 자기자본비율은 현재보다 2∼3% 포인트 가량 떨어져 한계선인 10.5% 부근을 맴돌 전망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배당률을 낮추면 외국인 주주가 이탈해 주가가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그동안 배당률이 낮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실현을 더 미루기 어렵고, 현 배당 수준도 경영에 무리를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실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비율)을 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지난해 KB금융의 배당성향은 46.6%, 신한지주 24.6%, 우리금융 16.9%로 모두 상장기업 평균 16.3%를 웃돌았다. 이중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는다. 금융지주사는 아니지만 외국인이 주인인 제일은행의 지난 2년간 평균배당성향은 60%나 된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68.5%를 포함해 최근 2년 배당성향이 52.7%로 은행권 평균인 21.3%의 배를 넘는다. 위기발생 시 주주의 책임을 다할지 의문인 외국인들이 과실송금에만 열을 올린다는 ‘먹튀 논란’이 일 만도 하다.
당국의 불필요한 개입은 옳지 않다. 하지만 타당성 있는 권고라면 과감히 수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며 국민경제에 큰 파급력을 갖는 은행의 경영진들은 주주 눈치만 볼게 아니라 소신을 갖고 건전성과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