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직장인 ‘찔끔 납부’ 없앤다… 능력있는 피부양자 ‘무임승차’ 차단
입력 2011-08-17 21:53
직장인 하모(36)씨는 월 150만원씩 연 1800만원의 근로소득이 있고 건물 임대료로 연 5억3000만원의 수익을 얻어 연간 총소득이 5억5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하씨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월 4만2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연간 1800만원의 근로소득이 전부인 직장인 박모(28)씨는 연소득이 하씨의 3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건강보험료는 똑같은 4만2000원을 낸다. 이는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근로소득에만 부과되고 임대소득은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또 연간 소득이 4억4000만원인 변호사 신모(47)씨는 건강보험료로 매월 28만원을 내고 있다. 반면 연간 수입이 같은 자영업자 송모(46)씨는 매월 197만원을 부담한다. 신씨는 직장가입자로 분류되면서 근로소득(1억2000만원)에만 보험료가 부과됐지만 송씨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전체 소득인 4억4000만원과 아파트, 건물, 토지, 자동차 등 재산에 대한 보험료가 모두 매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직장, 지역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부담 능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담토록 모든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된다. 특히 근로소득 외에 임대·사업·배당 소득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빌딩이나 상가 소유주, 대기업주 등 고액 소득자의 경우 직장 가입자라도 종합소득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심의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방향’에 따르면 근로소득 외 종합소득에 대한 보험요율은 현행 직장가입자 근로소득 보험요율인 2.82%(근로소득의 5.64% 중 회사 부담액을 뺀 나머지 절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은 가입자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사업(임대), 금융, 연금 등 모든 종합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새 제도에 대한 반발을 줄이기 위해 고소득자부터 적용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보험료 부과 대상 종합소득 기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은 “어느 정도의 종합소득에 대해 보험료가 부과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정기국회에 관련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부 조율을 하겠다”고 말했다.
개선 방향에는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김모(65)씨는 연금을 월 350만원씩 받고 40평형 아파트와 1600㏄급 자동차가 있지만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박모(62)씨는 김씨와 같은 금액의 연금을 받고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직장을 다니는 자녀가 없어 지역가입자로 등록, 매달 2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이처럼 금융(연 4000만원 이하), 연금, 기타소득 등 소득이 있어 생계가 가능한데도 직장 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는 앞으로 연금 등을 포함해 종합소득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보험료가 부과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