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예슬 대타 세우겠다”… 한씨 소속사 “곧 귀국해 현장 복귀할 듯”
입력 2011-08-16 22:52
“한예슬씨는 연출자와 스태프들이 자신을 ‘왕따’시켰다고 해요. 그런데 연출자가 어떻게 여주인공을 왕따시킵니까? 다른 배우들은 오전 8시30분까지 와서 기다리는데 한씨는 오후 4시가 돼서야 촬영장에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굿모닝’ 하고 인사해요. (그럴 땐) 연출자가 웃으면서 맞을 상황이 안 됐겠죠.”
탤런트 한예슬(30)씨가 월화드라마 ‘스파이명월’ 촬영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출국한 다음 날인 16일, KBS 이강현 EP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한씨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일정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며 “특정 연기자의 돌발적 행동으로 발생한 이번 일과 관련해 법적 자문을 거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 EP를 비롯한 KBS 드라마국 간부들은 이날 시청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향후 방송 계획을 밝혔다.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제작 파행을 최소화하고 끝까지 제작을 진행, 드라마 방영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예슬 파문’이 ‘쪽 대본’ 등 강도 높은 촬영 스케줄 때문에 불거졌다는 지적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EP는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더 힘든 스케줄이 아니었고 촬영 전에는 항상 제본된 형태의 완성된 대본이 나왔다”며 “특히 한씨의 경우는 개인적 스케줄을 봐주며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까지 촬영에서 빼주는 편의도 봐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로배우 이순재(76)씨는 이날 서울 논현동 컨벤션헤리츠에서 열린 MBC 주말극 ‘천 번의 입맞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는 어떤 이유에서든 현장을 떠날 수 없다”고 한씨를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드라마 제작여건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한씨는 다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속사인 싸이더스HQ는 “한씨가 최대한 신속히 귀국해 현장에 복귀, 촬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EP는 이에 대해 “진짜로 귀국하는지, 도착해서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 표시 등은 어떻게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본 뒤 복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