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감원장, 재차 “금융지주사 고배당 문제많다”

입력 2011-08-16 18:33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움직임을 또다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고배당 추진은 문제가 많다”면서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회장들은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 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이 자리에는 권 원장을 비롯해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권 원장은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고, 2013년부터 금융지주사에도 적용되는 ‘바젤Ⅲ’ 기준에 맞추려면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젤Ⅲ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후순위채 등 위험성 있는 자본을 제외하고 보통주와 고유동성 자산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계산하는 국제 기준이다. 금융당국은 2013년부터 은행과 금융지주회사 모두에 이 기준을 적용,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10.5%를 맞추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경우 현재 상태로는 이에 한참 미달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을 비롯한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배당 성향을 낮추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 논리로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투자를 유치하려면 배당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도 고배당 관련 질문에 “은행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부분에서 말씀을 나눴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실 것이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앞서 권 원장은 지난달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은 좀 따져봐야 한다” “배당할 충분한 수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