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 흰우유 400∼500원 오를 듯… 피 말린 우유값 협상 타결

입력 2011-08-16 21:38


원유(原乳)가격이 ℓ당 704원에서 최대 138원 오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1ℓ짜리 흰우유 가격은 400∼500원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낙농농가와 우유업체는 16일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 사무실에서 협상을 갖고 정부 중재안인 ‘원유 ℓ당 130원+α 인상’에 합의했다. ℓ당 704원이었던 원유 기본가격은 834원으로 130원 오른다. 여기에 체세포수 2등급 원유 가격을 ℓ당 23.69원에서 47원으로 상향 조정해 ℓ당 평균 5∼8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로써 지난 6월 21일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온 원유값 인상 협상이 마무리됐다.

원유가는 ℓ당 138원 인상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유업체들이 출고가를 결정하면서 원유가 인상분뿐 아니라 가공비, 인건비, 물류비 등도 반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원유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인상폭과 적용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원유를 가공해서 우유제품을 만들고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출고가가 지난 3년간 그대로였다”며 “그동안 인건비, 가공비 등이 꾸준히 올라 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매달 2억∼3억원씩 적자가 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흰우유(1ℓ) 출고가는 1400원대, 소비자가는 2150∼2200원 선이다.

지난 2008년 8월 원유가 협상에서 ℓ당 584원이었던 원유가격이 704원으로 120원(20.5%) 오르자 우유업체가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1ℓ짜리 흰우유 출고가는 1206원에서 1442원으로 236원(19.5%) 올랐다. 이어 소비자가는 1800원에서 2180원으로 380원(21%) 올랐다.

판매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원유가 인상률과 비슷하게 출고가와 소비자가가 오른 셈이다. 업계는 이를 토대로 인상폭을 추산하면 이번 협상에서 원유가가 19.6% 올랐기 때문에 현재 2180원인 우유 소비자가는 2500∼26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분유나 발효유 등의 가격도 잇따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 시기는 언제가 될지 불투명하다. 우유업체들은 원유 가격 고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협상 타결일로부터 한두 달 내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정부는 연내에 우유가격을 올리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젠 우유가격마저 오른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세고 여론도 좋지 않아 여러 가지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 현실화를 위해 3∼4년 단위로 진행해 왔던 원유가격 인상 협상을 앞으로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권지혜 임세정 기자 jhk@kmib.co.kr